금융위원회가 가상자산 시장에서 자동매매 프로그램과 차명계정을 활용해 가격과 거래량을 인위적으로 만든 혐의자들을 수사기관에 넘겼다. 금융위는 9월 23일 제16차 정례회의에서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사건 4건에 대해 고발 및 수사기관 통보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API로 ‘활발한 시장’ 연출…일반 투자자 매매 유인
이번 조치에는 API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이용해 초단기 시세조종을 벌인 사건 3건이 포함됐다. 혐의자들은 시장가 매수·매도를 반복해 호가창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지정가 고가매수 주문으로 가격을 끌어올린 뒤 보유 물량을 처분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위는 이러한 수법이 거래가 활발하거나 투자 수요가 몰리는 것처럼 보이게 해 일반 투자자의 추격매수를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량 주문을 고빈도로 반복하는 방식은 실제 투자수요와 무관하게 시장의 외관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타인 명의 계정까지 동원해 주문 제한 회피
세 번째 사건에서는 거래소의 API 주문 횟수 제한을 피하기 위해 본인 계정 외 타인 명의 계정까지 동원한 정황이 확인됐다. 혐의자는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을 미리 대량 매수한 뒤, 본인 계정에서는 고가매수 주문을 내고 다른 계정에서는 소액 시장가 거래를 반복해 매매가 활발한 것처럼 꾸민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가격이 상승하면 사전에 고가로 제출한 매도 주문을 순차적으로 체결해 보유 물량을 처분하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득했다는 것이 금융위의 설명이다.
운영사 임직원, 가장매매로 거래량 90% 이상 부풀려
가상자산 운영사 임직원이 전문 매매업자를 고용해 거래량을 조작한 사건도 적발됐다. 이들은 차명계정과 다수의 법인 임직원 계정을 이용해 계정 간 매매를 체결하는 방식으로 해당 가상자산의 거래량을 인위적으로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위에 따르면 이들이 부풀린 거래량은 전체 거래량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이를 통해 거래소 상장 유지 요건을 충족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추가 상장과 일반 투자자 유인에 활용한 혐의가 제기됐다.
발행재단이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했고, 백서에 기재된 주요 인물 일부도 실체가 불분명하거나 가공의 인물로 확인됐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금융위 “급등 종목 추격매수 자제해야”
금융위는 이유 없이 가격이 급등하거나 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종목에 대한 추격매수를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투자자는 가상자산 설명서와 백서를 확인하고, 거래량과 가격 움직임만으로 투자 판단을 내리지 않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건은 자동화 거래 기술이 시장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을 넘어 시세와 거래량을 조작하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금융당국의 후속 수사와 함께 거래소의 이상거래 탐지, API 주문 관리, 상장 심사 체계가 얼마나 정교하게 작동할지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출처: 금융위원회, 「가상자산시장 불공정거래 혐의자 수사기관 고발·통보」(2026.9.23.)




